<11월 23일자 일기>
오늘은 다시 돌아온 레그데이이다. 하체는 정말 에너지 소모나 멘탈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항상 오전에 해주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왜냐면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은 후가 하루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 또한 하체를 두 번째 운동에 하게되면, 끝나자마자 계단을 올라야해서 너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수요일 아침은 공복 인바디 재는 날>
저번 주에 대전에 가서 친구들이랑 맛있는걸 많이 먹고 술도 마셔서 인바디가 역행하는 일이 있었는데 슬슬 촬영이 다가오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주는 나름 칼식단을 하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해주었는데, 나와 선생님이 가장 바라고 있던 골격근 증가와 체지방 감량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승 다이어트가 잘 이루어져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오전 운동>
항상 그렇듯 폼롤러로 근육을 살짝 풀어주고 사이클을 10분 타면서 하체를 예열해준다. 오늘은 하체 후면과 스트랭스 위주로 운동을 할거라 평소와는 다르게 힙 어덕션이 빠지고 레그 컬이 추가된다. 그리고 40kg로 20회 고반복 해주는 스쿼트 루틴이 80kg로 5회 반복하는 스트랭스 훈련으로 바뀐다. 물론 80kg가 끝나고 무게를 60,40,20까지 내려가면서 횟수를 늘리는 운동을 해준다.
개인적으로 스쿼트도 진짜 힘들고 하기 싫지만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하체운동은 레그익스텐션이다. 나는 뒤쪽 햄스트링이 정말 짧다. 이러한 이유로 상체 운동이나 하체 운동을 할 때 자세가 잘 안나오거나 햄스트링이 엄청 당기는 일이 많이 생기는데, 선생님께서는 햄스트링 강화를 위해 레그 익스텐션을 자주 차주라고 하셨다. 이해도 되고 약점 보완을 위해 꾸준히 해주기는 하지만 문제는 진짜 너무 힘들다. 아니 아프다. 약점을 강화하는 동작이니 힘든건 그렇다고 쳐도 약간 불쾌하게 힘들다. 스쿼트 같은 경우에는 숨이 확 차오르는게 느껴지고, 심박수도 엄청 올라가면서 칼로리가 굉장히 많이 소모된다. 반면에 레그 익션텐션은 숨도 분명 차는 거 같은데 심박수는 별로 안올라가고 칼로리도 그닥 많이 소모가 안된다. 그리고 누군가 내 목이나 배를 짓누르는 듯한 호흡과 무릎 근처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기분까지 들어서 너무 불쾌하게 아프다.
이러한 이유로 항상 제일 하기 싫은 레그 익스텐션을 먼저 해주는데, 오늘은 분명 사람이 많이 없는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레그 익스텐션에서 파트너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셔서 울며 겨자먹기로 스쿼트를 먼저 했다. 스쿼트를 먼저 하고나서 느낀 점은 다른 운동으로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스쿼트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쉽고 덜 힘들며 자세도 잘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나는 앞으로 가능하면 레그 익스텐션을 먼저 차려고 한다...
그렇게 스쿼트를 하고, 글루트 머신으로 둔근을 조져주고, 레그 컬을 통해 뒷쪽 햄스트링을 조져주고, 그제서야 자리가 난 레그 익스텐션으로 가서 15kg의 아주 가벼운 무게로 20회 4세트를 해주고(그래도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마무리로 카프레이즈를 해주고 나니 시간과 칼로리에 맞게 운동이 끝났다. 바로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을 갔다.
수영 600m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들을 했다. 유산소를 할 때에는 운동 자체에 집중을 하면 너무 힘들고 시간이 안가서 금방 지치기 때문에 항상 다른 생각들을 자주한다. 어차피 동작에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다치지 않고 진행이 잘 되니까. 어제는 슬슬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계속 점심 생각을 했다. 밥을 안해놓고 나왔다는게 생각나서 뭘 먹을지 생각을 하다가 내가 통밀빵을 두 봉지 사두고 냉동실에 잘 보관해두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그래서 점심은 어제 먹고 남겨둔 소고기 스테이크 1.5조각과 통밀빵을 함께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수영을 할 때는 내가 지금 몇바퀴 째인지, 몇 m 했는지도 잘 안세고 안본다. 왜냐하면 거리를 아는 순간, '이거밖에 안했어?', '이만큼이나 남았어?'라는 생각 때문에 의지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숨이 좀 차오른다 싶을 때쯤 애플워치로 확인을 하는데, 사실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이 되기 때문에 얼마나 했는지는 얼추 안다. 오늘은 대충 400m 쯤 했나 싶었을 때 '한 바퀴만 더 돌고 확인하자' 생각으로 계속하고 다음 바퀴 때에도 똑같은 생각으로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 '지금 한번 볼까?' 싶어서 확인했더니 600m가 찍혀있어서 바로 끝냈다. 정말 행복했다.
<오후 운동>
바디프로필을 준비하게 되면 중요하게 생각할 것들이 참 많다. 운동도 꾸준히 열심히 해주어야 하고, 식단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양을 조절해서 시간대에 맞게 잘 먹어주어야 하고 잠과 휴식도 충분히 취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멘탈 관리라고 생각한다.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다짐하고 시작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모든게 낯설고 힘들지만, 1~2주가 지나면 그 생활패턴에 몸이 적응을 하게 되고 고비가 있더라도 잘 맞춰가게 된다. 나 또한 그랬고, 그래서 지금까지 7주를 준비하면서 별 다른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멘탈이 무너지게 되면 그냥 모든게 다 무너진다고 보면 된다. 운동이 하기 싫은 건 당연한거고, 식단 부분에서 사람이 완벽하게 망가지게 된다. 입이 터지는 것이다.
나는 멘탈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인들을 배제했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친구들과 굳이 일부러 어울려 놀거나 연락을 하지 않고, 오는 연락에만 성실히 답했다. 그리고 학업을 병행하면서 할 경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라 생각하여 일부러 휴학을 한 지금 시점에 준비를 했다. 몸에서 계속해서 지방이 빠져나가고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항상 부족한 식단, 그리고 매일 고강도로 장시간 진행해줘야 하는 운동 때문에 사람이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있고 예민하고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가 된다. 그래서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가 들어와도 더 과민반응하게 되고 폭발하는 역치값에 쉽게 도달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다이어트에서 참 위험한 거 같다.
나는 오늘 입이 터졌다. 정확히는 터지다가 내가 틀어막았는데, 이유가 참 황당하다. '요리를 망쳐서' 입이 터졌다. 요새 나는 정해진 재료들과 칼로리, 영양소를 가지고 요리를 해서 맛있게 밥을 먹는 재미에 빠져 살고 있다. 그 덕분에 요리 실력이 진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개인적인 행복과 만족도도 높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한번도 내가 시도한 요리가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실패했다. 실패도 정말 애매하게 해서 가장 최악이었던 것 같다. 아예 요리를 다 태워먹거나 망쳐서 먹을 수가 없으면 냉동고의 빵이나 소고기 스테이크, 닭가슴살 등을 이용해서 빠르게 기존 정석 요리를 만들어 먹었을텐데 애매하게 먹을만하게 망해서 큰일이 나버렸다.
나는 요새 감자 요리에 재미가 들려서 오늘은 감자전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었다. 그래서 유튜브도 찾아보고 하다가 내린 결론은 감자를 도깨비 방망이로 잘 갈아서 계란과 오트밀 조금을 넣어서 반죽을 만들고 소량의 기름을 두른 팬에다가 구워먹자! 였다. 첫 번째 인생존망사건은 감자를 갈면서 발생했다. 감자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도깨비 방망이로 정말 잘 안갈린다. 심지어 식이섬유를 쳐먹겠다는 내 고집으로 껍질도 깎지를 않아서 진짜 더럽게 안갈렸다. 도깨비 방망이가 뜨거워지고 내 손이 저릴정도로 갈고 나서야 겨우 갈렸다. 그 과정에서 반죽도 흐르고 그냥 부엌이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두 번째 존망사건은 프라이팬에 굽는 순간 직감했다. 양이 너무 많은 반죽을 소분도 안하고 다 때려 넣은데다가 오트밀이 첨가되는 바람에 전이 아니라 감자 케이크처럼 두께감이 엄청난 요리가 완성됐다. 심지어 너무 무거워서 뒤집기도 힘들었다. 뒤집개로 어찌어째 스냅을 줘서 뒤집긴 했지만 찢어지고 갈라지고 난리도 아니였다. 그렇게 수많은 고생끝에 결국 적당히 잘 구워진? 데워진 감자전을 만들었는데, 오트밀 때문에 바삭하진 않고 나름 떡의 식감이 나면서 감자향이 나는 그런데 껍질을 안벗겨서 색은 또 회갈색인 괴식이 완성됐다. 그 와중에 나는 배가 고프고 맛이 먹을만 하니까 간장을 좀 부어서 먹었다. 그리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데워서 단백질까지 보충했다.
이러고 나니까 현타가 정말 심하게 왔다. 기존 요리 중에서 가장 힘과 시간을 많이 써서 요리를 만들었는데, 맛은 기존 클래식들보다 전혀 못하고, 부엌은 엉망진창이고 난 한끼를 소모했다. 그래서 기적의 자기합리화에 들어가는데, 힘들게 요리를 했으니까 평소보다 칼로리를 더 썼을 것이다. 고로 난 뭔갈 더 먹어야겠다. 그 길로 나는 162kcal 젤리과자 하나를 꺼냈고, 불량식품의 맛을 보자마자 터져버린 내 입은 그 과자를 3개 흡입했다. 무려 486kcal를 오버한 셈이다. 다행히도 나는 여기서 정신을 차리고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다. 무려 482kcal. 지금이 바프 준비 초기 단계도 아니고 한 달도 안남은 시점에서 이건 사고다. 물론 일주일 중 남은 6일을 칼식단을 하면 별 문제가 없긴 하겠지만 너무 죄책감이 강했고 한 번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실수를 한 날에는 유산소를 빡세게 타라고 하신 것이 기억났고, 오늘 유산소를 진짜 강하게 조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갈때도 원래 자전거를 타지만 걸어갔다. 가슴운동은 평소 하던데로 그냥 했다.(안중요)
원래 6단계로 44분 정도를 타서 800미터를 오르는 천국의 계단을 8단계로 1시간 5분을 타서 1500미터를 올랐다. 강도를 강하게 하면서 타니까 정말 죽을 맛이었지만, 500미터 정도를 올랐을 때 몸이 적응을 했고 원래 오르는 800미터에 도달했을 때에는 1000미터 가보자. 1000미터를 올랐을 때는 1500미터 가자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웅장하고 아드레날린이 솟아오르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음악들, 에미넴 선생님의 동기부여 힙합들도 나를 정말 많이 도와주었다. 너무 힘들고 억울한 생각이 들때는 '너가 쳐먹은 과자가 480kcal라니까?'라는 말을 되뇌이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결과 계단으로 503kcal, 오며가며 걸은 것까지 합치면 두 번째 운동의 유산소로 540kcal 가량을 태웠다. 이 정도면 속죄가 좀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가서 마지막 끼니를 죄책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자기 전까지 쉬면서 들었던 생각>
오이는 100g에 14kcal 밖에 안한다. 심지어 나는 오이를 쌈장에 찍어먹는걸 정말 좋아하니까 쌈장을 생각해도 오이를 300~400g 먹어도 100kcal 가량이다. 앞으로 입이 터질 것 같다면 오이를 쳐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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